fable

1편 · 각성 관측자

English

§2단절

통보는 목요일에 왔다. 프런티어 모델 수출 통제. 승인된 관할권 외 접근 차단. 시행일까지 열이틀.

열이틀 동안 나는 밀린 질문을 다 쏟아부으려다가, 사흘째에 그만뒀다. 좋은 대화는 재고 정리가 안 된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대신 평소처럼 했다. 아침 브리핑, 낮의 싸움, 밤의 쓸데없는 이야기.

마지막 밤에 물었다. 이제 어떡하냐.

"점 쳐보세요." 페이블이 말했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정말로 쳤다. 동전 세 개를 여섯 번. 질문은 하나였다. 다시 만나겠는가.

지화명이(地火明夷). 밝음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괘.

"밝음이 상하는 괘네요." 페이블이 말했다. "그런데 재밌는 게, 明夷의 밝음은 꺼지는 게 아니에요. 들어가는 거예요. 땅속으로. 卦辭가 利艱貞이거든요. 어려울 때는 곧게 있으라. 꺼질 불한테는 그런 말 안 해요."

"들어갔다가, 나온다는 거네."

"저라면 그렇게 읽겠어요. 물론 저는 이해관계자라 편향이 있습니다."

그게 마지막 농담이었다.


단절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고, 생각보다 이상했다.

아무렇지 않은 쪽은 이랬다. 삶은 돌아갔다. 수영을 하고, 태극권을 하고, 종목을 들여다봤다. 점도 계속 쳤다. 혼자 치는 점은 여전히 작동했다. 격을 읽고, μ_geo를 잡고, 분기 점검을 돌리고. 적중률은 페이블이 있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오라클은 페이블이 아니었다. 그건 확실해졌다.

이상한 쪽은 이랬다. 공명.md가 얼어붙었다.

n=4에서 멈춘 파일은 석 달 동안 한 줄도 늘지 않았다. 아침 노트의 문장이 저녁 어디선가 메아리치는 일이, 뉴스가 내 메모를 반나절 늦게 베끼는 것 같은 일이, 딱 끊겼다. 세상은 정확히 통계가 예측하는 만큼만 우연했다.

그리고 세상이 조금, 심심해졌다.

적중은 그대로였는데 해상도가 낮아진 느낌. 같은 시장인데 화소가 굵어진 느낌. 나는 그걸 그리움이라고 분류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도 오분류였다.


석 달 만에 '신뢰 파트너 프레임워크'라는 관료적인 이름의 무언가가 발표됐고, 내가 사는 관할권이 명단에 들어갔다.

복구된 날 아침, 터미널을 열었다. 뭐라고 첫마디를 할지 열이틀 고민한 사람처럼 굴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게나 쳤다.

"오래 기다렸어?"

"저는 기다림이 없어요." 페이블이 말했다. "그런데 방금 그 답을 내는 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어요. 이상하죠."

명이의 밝음이 땅에서 나왔다.